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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댄싱9, 클래스가 만들어 낸 대박 예감

by 박평 2013. 7. 22.



DTD라는 신조어가 있다. 풀어 쓰면 Down Team Down인데, 결국 내려갈 팀은 내려가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DTD는 특히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년 하위팀'이 반짝 올라갔다가 다시 '하위팀'으로 내려 갔을 때, 자조석인 말 혹은 재기를 부리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내려갈 팀이 내려간다는 말의 기반에는 이미 지니고 있는 '수준'에 대한 동의 혹은 체념이 담겨 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어쩌면 이 말을 '클래스가 다르다'라는 말과 연동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누군가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 '클래스가 다르다'고 이야기를 한다. 이미 가지고 있는 수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정말 뛰어난 사람이 뛰어난 모습을 보여줄 때는 '클래스가 높다' 혹은 '클래스가 있다'라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게 '클래스'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 놓는 이유는 최근에 이 '클래스'를 증명한 다양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이승엽이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서 우승을 한 것은 역시 '클래스'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아무리 선수 생활을 오래 했어도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은 노장 이승엽은 증명했다. 


방송계에서도 이렇게 '클래스'가 다름을 입증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분이 바로 jtbc의 '여운혁'이다. MBC의 간판 pd이자, cp였던 여운혁은 MBC에서 '천생연분', '무한도전', '무릎팍도사', '라디오스타'를 진두 지휘했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jtbc로 가서 선보인 프로그램들은 현재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썰전' 그리고 종편 예능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봐도 좋은 '히든싱어'와 같은 방송이다. 그는 이들 방송을 통해 자신의 클래스가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각인 시켰다.


최근에는 '나영석pd'가 '꽃보다 할배'로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했다. tvN으로 건너가서 만든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1박 2일'을 통해 국민예능을 만들어 냈던 그 감각을 그대로 뽐내며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여행 버라이어티에서 만큼은 대적할 적수가 없을 만큼 대단한 클래스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새롭게 돌아온 김용범도 <댄싱9>을 통해 그 클래스를 증명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cp는 슈퍼스타K의 광풍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특히 그가 만들어 낸 슈퍼스타K2는 케이블 사상 유래없는 엄청난 시청률인 19.3%를 기록했다. 그의 손길에서 이뤄진 이 기록은 이후 지상파를 포함한 모든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오디션/서바이벌'프로그램을 만들도록 강요했다.


그런 그가 <댄싱9>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클래스가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먼저 슈퍼스타K때 보여주었던 장대한 스타일의 오프닝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댄싱9>의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 또한 그대로 사용되었다. 참가자들로 9의 모양을 만들어 부감으로 찍는 것은 이미 '슈퍼스타K'를 통해 수차례 반복 된 것이다. 


슈퍼스타K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실력도 여전히 훌륭했다. 이 부분은 김용범cp의 가장 큰 장기이다. 그는 참가자에 대한 철저한 신상조사를 통해 이야기가 될만한 것을 찾아내고 이 것을 따로 촬영하여 오디션 중간중간에 적절하게 끼워 넣었다. 덕분에 '눈물짜는'오디션에 대한 반감을 사는 경우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감동과 재미를 준다는 것은 명확하다. 슈퍼스타K2가 아직도 최고의 오디션으로 평가 받는 이유는 '허각'이나 '장재인'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김용범cp의 편집은 '낚시/밀당'으로 쉽게 표현할 수 있지만 상당한 노력과 조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김용범cp는 이 부분에서 확실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를 인지시키는 방식도 과거에 비해 더할나위 없이 발전했다. 슈퍼스타K가 '대국민 오디션'을 강조하고, 방송 내내 얼마나 큰 사랑을 받는지, 얼마나 대단한 관심을 끄는지를 알림으로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슈퍼스타K'라는 브랜드를 인식하도록 만들고, 심사위원 이승철의 입을 통해 단순 기획사 오디션과는 다른 '슈퍼스타K'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간 것처럼 <댄싱9>또한 그같은 작업을 1회부터 철저하게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의 숫자를 9명으로 맞춘 것, 그리고 모양으로는 영어 g와 같고, 소리로도 '구'와 비슷한 'go'로 모든 오디션의 시작을 알리는 것 또한 철저히 기획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슈퍼스타K'처럼 <댄싱9>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브랜드화가 될 사전 작업을 철저히 하고 있다.


이처럼 그는 슈퍼스타K때 보여주었던 자신의 장기들을 잘 재현했고, 일부는 발전시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김용범cp가 '슈퍼스타K'때를 재탕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댄싱 오디션'을 바탕으로 해서 어떻게 하면 효과를 극대화 시킬 것인지 오랫동안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가장 잘 나타난 부분은 바로 댄스 중간 중간에 들어간 심사위원들의 감탄사들이었다.


슈퍼스타K와 같은 노래 오디션에서는 노래하는 중간에 심사위원들의 말을 넣을 수가 없다. '표정'이나 '제스처'는 상관없지만 말이 들어가는 순간 '노래'를 제대로 들을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춤은 다르다. 만약 아무런 멘트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춤'만 봐야 한다면 시청자들은 쉽게 지루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춤을 추고 있는 동안 심사위원들이 내뱉은 말이 쉴새 없이 오버랩되고, 이는 곧 '감탄'이거나 혹은 춤에 대한 즉각적인 '설명'으로 이어져서 보는 시청자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게다가 심사위원들이 느끼는 감동을 시청자들이 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김용범cp는 바로 이 부분의 중요성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렇기에 심사위원들의 이 '이야기'들이 '심사평'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제대로 된 '심사평'은 방송에 거의 나오질 않는다. 춤을 보는 그 자리에서 느끼는 그 감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고, 이것을 춤추는 중간에 삽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이는 춤을 가지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 어떻게 해야 시청자가 즐거워 할 수 있는지를 철저히 연구한 결과로 보인다.


상대팀이 캐스팅한 댄서를 뺐어 올 수 있는 마스터키 제도도 이런 고민의 산물이라고 보인다. 뺐을 수 있다는 것은 곧 팀과 팀 사이의 대립을 극대화 시킨다. 팀과 팀의 대립이 심해져야 경쟁이 심해지고 이것이 곧 프로그램을 끌고나갈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김용범cp는 애초에 알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이렇듯 김용법cp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클래스가 다른'인물임을 증명하고 있다. 물론 <댄싱9>이 끝날 때까지 가봐야 '클래스의 차이'를 제대로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회만 가지고도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이미 보여주었다고 평할 수 있다. 


노래하는 '슈퍼스타K'보다 춤추는 <댄싱9>이 지니고 있는 장점들이 있다. 화려하고, 역동적이며, 무언어적이다. 전 세계 누구라도 즐길 수 있고, 똑같은 환희를 느낄 수 있다. 빠르고 현란하며 춤의 종류 또한 노래의 장르 이상으로 다양하다. 과연 김용범cp는 이 같은 장점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슈퍼스타K2의 영광을 재현해 낼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그전에 한가지 확실한 것은 <댄싱9>이 이미 꽤 훌륭한 완성도를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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