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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 황찬성의 시국선언 지지,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공포

by 박평 2013. 6. 21.






연예인은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참으로 특별한 존재입니다. 선망의 대상인 동시에 대중들이 가장 얕잡아 보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 연예인들 중에서 '아이돌'은 더욱 더 특별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선망을 넘어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하면서 누군가에게는 관심조차 주기 싫은 씹을 거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예인은 항상 대중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을 살리는 것도, 그들을 죽이는 것도 모두 대중입니다. 대중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거의 무소불위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근 대학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 제대로 된 수사 및 처벌을 하라는 내용입니다. 서울대를 비롯하여 경희대, 성공회대, 숙명여대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다른 많은 대학들도 동참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아이돌 2PM의 맴버인 황찬성이 트위터에 지지의사를 표명하였습니다. 사실 현재 시국선언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정원의 선거개입문제는 정치적인 쟁점을 떠나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했다고 볼 수 있는 사안입니다. 제대로 된 수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는 것 또한 큰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단지 이 시국선언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다는 점, 그들 또한 대중이라는 점에서 대중에 의해 살고 죽는 '아이돌'이 쉽게 낼 수 없는 용기를 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황찬성군의 트위터 내용을 보면, 대중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다른 두려움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그는 트위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국선언! 응원합니다. 좀 떨리지만 왜 떨리는지 모르겠네요.'


여기서 말하는 떨림은 과연 대중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당연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그것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중에 대한 두려움이라면 대중 연예인으로서 심지어는 아이돌로서 그 두려움의 실체가 명확할 것입니다. 왜 떨리는지 모르겠다고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황찬성군이 느낀 떨림은 대놓고 말할 수 없는 두려움, 은근히 우리 안에 박혀 있는 두려움일수도 있습니다. 자기의 의견을 말했다가 방송에서 퇴출됐던 수많은 연예인들이 있었고, 제대로 활동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예인을 종북으로 몰고 가고 인격 모독을 서슴치 않는 집단도 있었습니다. 단지 대중의 선호가 아닌, 이 모든 것들이 어쩌면 황찬성군의 느낀 이유 없는 떨림의 원인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신념을 말하는 것이 선호의 수준을 넘어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지금의 시국선언은 민주주의를 훼손했을 지도 모를 사안에 대한 것이고, 황찬성군은 그것에 지지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지닌 당연한 권리를 두려워 하며 누려야 하는 현재의 모습인 것 같아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이번 시국선언에 대하여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은, 한 연예인으로서 용기있는 행동이었습니다. 그것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자신의 의견을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표명한 것은 대중 연예인에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용기를 알기에 부디 그가 이번 일로 인해 '떨리는' 상황을 맞이하지 않기를 빕니다. 이런 우려를 하는 것 또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황찬성군의 트위터는 단순히 시국선언 지지로서의 의의를 넘어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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