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먼트

버스커 버스커, 장범준의 천재성을 증명하다.

by 박평 2016. 3. 25.

밴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밴드의 특정인물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꺼리는 이유가 있다. 사실 밴드의 힘이자 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운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어느 한 인물 만을 조명하는 것이 밴드의 다른 구성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대중들은 보컬이나 일부 구성원에 더욱 많은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여전히 YB가 윤도현 밴드로 불리우는 것을 보면 이 같은 현상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우며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단지, 개인적으로 가급적 그러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런데 '버스커 버스커'란 밴드에 대해서 관심을 갖다 보니 장범준에 대해서 따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세명의 구성원이 연주에서 보여주는 조화와 브래드의 멘트 그리고 김형태의 꽤 잘 어울리는 서브 보컬들이 있었기 때문에 '버스커 버스커'의 음악이 지금과 같이 사랑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밴드의 리더이자 메인 보컬이면서 전곡을 작사 작곡 하고 있는 장범준을  따로 살펴볼 필요는 있다. 


장범준은 슈퍼스타K 당시에 보컬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았다. 일단 음역대가 너무 좁다는 점에서 지적을 받았고, 보컬이 밴드 사운드에 묻힌다는 점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장범준의 보컬은 분명히 지적 받은 대로의 보컬인데, 듣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보컬 자체에 들어있는 중저음과 떨리는 진동이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드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장범준의 보컬이 너무 좋다고 하는 팬들이 점차 많아 지고 있다. 게다가 굉장히 높은 고음을 전혀 구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시원한 느낌이 드는 아주 이상한 장점이 있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고음을 사랑하고, 그렇기 때문에 시원하게 질러주는 부분이 있는 곡을 좋아한다. 그런데 분명히 장범준의 보컬은 '지르지않는' 데 '시원'하다. 참으로 독특한 보컬이라고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이 청년 음악을 꽤 잘 뽑아낸다. 작곡 능력이 탁월한 것이다. 이미 슈퍼스타K를 통해서 편곡에 엄청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서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작곡가로 발돋음 했다고 볼 수 있다. 만드는 노래 전부를 한꺼번에 차트 1위부터 10위에 올려 놓거나 1위부터 5위까지 점유한 작곡가를 찾아본다면 장범준을 제외하고 쉽게 찾지 못할 것이다. 특히 1집 마무리 앨범에서는 '경음악'인 '기다려 주세요'까지 차트 5위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니 작곡능력이 탁월하다고 얘기 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그냥 좋은 노래가 아닌 오래 동안 듣게 만드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있는 것은 더욱 놀랍다. 버스커 버스커의 1집은 1주일 넘게 차트의 상위권에 머물렀다. 요즘 처럼 매일 순위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이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작사는 혀를 내 두를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 이미 '서울 사람들'때, 그 작사 실력을 인정 받은 바 있지만, 최근 들어서 가사를 가지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사람은 장범준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건 말할 것도 없이 '여수 밤바다'를 들으면 그렇게 소주 한잔이 생각나고, '이상형'을 듣고는 바로 내가 그 여자라고 생각하는 여성이 많은 것만으로도 가사가 지닌 힘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다. 사실 버스커 버스커의 가사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후벼판다. 그러니까 단순히 이슈를 만들거나, 단순한 반복으로 세뇌를 시키려는 그런 가사가 아니라, 공감할 수 있고,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가사를 전해 준다. 


결론적으로 보면 '보컬, 작곡, 작사'에서 장범준은 최고의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장범준이 천재라고 여겨지는 부분은 바로 이 모든 부분에서 '현재의 유행'을 완전히 빗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보컬은 김광석이나 송창식이 생각나는 70~80년대 느낌이 물씬 풍기고, 작곡은 전자음이 들어가지 않은 아날로그로 가득차 있으며, 가사 또한 문학적이고 서사적이다. 지금의 유행과 비슷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최고의 앨범들을 만들어 냈으니, 천재라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다.


이제 고작 앨범 1개와 마무리 앨범을 1개 낸 사람에게 너무 큰 찬사를 보내는 것 아니냐, 혹은 섣부른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 앨범이 아주 쓰레기 같이 나오더라도 지금의 1집과 1집 마무리는 분명히 천재가 만든 앨범이다. 만약 이후의 앨범이 별로라면 그건 천재성이 사라졌을 뿐이지, 1집과 1집 마무리가 평범한 앨범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버스커 1집과 1집 마무리는 천재성으로 가득찬 앨범이다. 그리고 이 천재성은 대중들에게 넘치도록 사랑 받았다. 이들이 설령 더 이상의 명반을 만들어 내지 못할 지라도 이 두 장의 앨범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 앨범으로 남을 것이고 그래야 한다. 시대와 정확하게 반대 된 지점에서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장범준이 지닌 천재성의 증명이고 앨범은 그 천재성에 대한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