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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애정남은 어째서 대한민국을 웃기는가!?

by 박평 2011. 9. 13.


애정남이 대새가 되었다. 최효종이라는 걸출한 개그맨이 만들어 내고 있는 이 코너는 시작하자마자 수많은 대중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 이 코너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재밌기 때문이다. 개그콘서트는 코메디 프로그램이고 그 안에서 재미가 있지 않으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이유가 없다. 이 코너의 핵심은 단연코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재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애정남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웃음을 넘어 시청자들을 속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그것은 무엇일까?

확실하지 않은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인 애정남은, 애매한 상황을 자신만의 논리로 명확하게 풀어낸다. 여기에서 사람들은 재미와 웃음을 느끼지만 더욱 크게 느끼는 감정은 카타르시스이다. 애매한 것이 깔끔하게 정리될 때의 시원함이 없다면 애정남이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이런 것에 큰 시원함을 느끼는 이유는 명백하다. 현재 대한민국 자체가 너무나 '애매한 곳'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국가지만 '민주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똑같은 죄를 지어도 누구는 문제가 되지 않고 누구는 평생의 업을 내려놓을 정도로 문제가 된다. 현대 사회에서 하나의 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큰 규칙이 있다면 그것은 법일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법마저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책임이 많은 분들에게는 적은 벌을 사회적 책임이 적은 분들에게는 많은 벌을 주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목격하면서 대한민국 사람들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시대로, 정보화 시대의 궁극적 모델인 스마트 시대로 세상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법이 아닌 도덕적 혹은 관습적으로 규정되어야할 규칙이 정해지지 못하고 급격하게 변하는 것도 대한민국을 '애매한 곳'으로 만드는 이유가 된다. 예를 들어 나때만 해도 사귀자는 고백을 만나서 하는 것이 당연했다. 전화를 하는 것도 조금은 성의없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문자로 고백하고 헤어진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당연하다. 30~40대가 보기에는 이 철딱서니 없는 행위가 10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상황인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보여주는 많은 사회적인 문제도 이런 애매한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전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너무나 많은 가치들이 혼재되어 있다. 그러니 곧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 법칙이 된다. 이런 사회는 혼란만이 가득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자살률이 많은 것도 이런 혼란함이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혼란한 상황을 살고 있는 현실속에서 최효종의 애정남은 확실한 합의를 도출해낸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웃음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개그는 시대를 반영한다. 시대를 반영하지 않으면 웃음이 담고 있는 크기는 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찰리채플린이 세계 최고의 희극인으로 아직도 추앙받고 있는 것은 그 시대를 담았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최효종은 기가 막히게 사회가 담고 있는 문제를 집어낸다. 

최효종이 활약했던 행복전도사는 현재 대한민국이 담고 있는 빈부격차의 모순을 보여주고, 심리술사 최료종은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하고 자꾸 이상과 환상안에서 살고자 하는 현대인의 헛된 욕망을 직시하게 해주며, 애정남에서는 위에 말한 것처럼 사회적 합의가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은채 정확하게 문제점을 긁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최효종의 개그가 가진 탁월함이다.

결국 애정남이 인기를 끌 수 밖에 없는 것은 그 재미와 사회적 현실의 투영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최효종의 개그가 가지고 있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사회적인 문제를 절대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는, 그것이 나쁘다가 아니라 그 문제를 오히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려버리는 세련됨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개그는 진정으로 일관성이 있다.

애정남은 분명히 너무 재밌지만 이 프로그램이 오랜시간 재밌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말은 곧 대한민국 안에 사회적인 합의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사회적 합의를 해내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그저 혼란의 나라로 전락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에 사회적 합의가 도출됐을 때, 애정남을 더이상 볼 수 없다고 슬퍼할 필요도 없다. 그라면 반드시 대한민국 안에 존재하는 문제나 혹은 부족한 부분들에 시선을 돌려서 그 부분을 개그로 승화시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애정남은 '최효종'의 장기가 명확하게 드러난 작품이며 동시에 사회를 담고있는 수작이다. 이런 고급스러운 개그를 뚝심있게 해나가는 것이 바로 개그콘서트의 힘이며 개그콘서트가 오랜 시간 꾸준히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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