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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영화과 통폐합, 학원이 되어가는 대학

by 박평 2015. 3. 25.





건국대학교 영화과와 영상과가 통폐합된다고 한다. 영화와 영상은 분명히 연관성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그 반대로 명확한 독립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영화는 나름의 문법을 지니고 꾸준히 발전해온 하나의 예술이며 대중 예술로의 독자성을 이미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영상학과 또한 나름의 영역을 분명히 지니고 있는 학과이다. 이렇게 두 학과가 독립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영화과와 영상과가 독자적인 학과로서의 존재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럼에도 학과를 통폐합하려 한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필요할 것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학제적 교육의 일환이라면 그 커리큘럼과 교육 방식의 논의를 통하여 두 학과의 통합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학교 측은 이를 하나의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이유의 타당성을 입증받기 위해서는 그만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학제적 교육을 위한 커리큘럼과 어떤 방식으로 더 나은 교육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노력과 설득의 과정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학교 측에서 밝힌 또 하나의 통합이유는 취업률인 것으로 보인다. 고경표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러한 상황을 전했다. 


취업률이 대학 학과의 통폐합 혹은 구조조정의 이유가 된 일은 대한민국에서 이미 흔해졌다. 이미 상명대나 중앙대가 이러한 문제를 겪었거나 격고 있다. 대학을 평가하는데 취업률이 중요한 지표가 된 이후로, 그리고 대학 재정 지원에서 취업률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 이후로 이러한 일은 더욱 흔해졌다. 때문에 학과 통폐합의 희생이 되는 학과들은 취업률에 큰 도움이 안되는 비인기학과나 예술계통 학과들이었다. 건대 영화과에 닥친 이 사단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 보편적 현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명확하다. 우리에게 대학은 오직 취업만을 위해 존재하는 취업사관학교에 불과하며 대학이 갖춰야 할 상아탑의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대학이 학문적인 깊이와 다양성, 학문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대신 오직 취업에 목매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기초학문이나 예술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천대받을 것이 명확해 보인다. 이것이 대학이 추구해야 할 모습인지에 대해선 심히 부정적이다. 대학은 학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 대학은 그저 취업만을 위한 곳이며 더 안타까운 건 그마저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건대 영화과를 지키고 싶은 건 오직 취업률에만 목매달아야 하는 대학이 참 좁고 가볍게 느껴지기 때문이며, 적어도 대학이 대학의 역할을 다하려 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건대 영화과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그래서 단 하나의 학과를 위한 일이 아니다. 한국의 대학교육 전반에 대한 논의를 위한 일이며, 진정한 대학 교육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지켜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행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학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대학이 학원의 모습으로 전락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건대 영화과가 지켜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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