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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박쥐'안에 복수 3부작 들어있다?

by 박평 2009. 5. 4.

아시다시피 박찬욱은 이 영화가 지금껏 자신의 만든 영화중에 최고라고 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이 영화가 기존에 박찬욱이 보여주었던 영화의 많은 부분들이 결합되고 중복되고 내러티브를 따온 흔적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모습들을 찾아가다 보면 이 영화가 생각한 것 만큼 길고 지루하고 재미없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영화보는 내내 정신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한번 알아보려 합니다.



1. 음식


복수의 나의 것에 등장하는 음식을 생각해보면 배두나를 전기고문하면서 먹는 자장면이 생각나실 수도 있겠지만 역시 최고는 장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장기에 소금 찍어 먹는데 느낌은 간입니다. '인간'이 '산'것을 먹는 다는 메타포는 올드보이에서도 이어집니다.

만두

군만두는 유명하죠. 군만두가 무슨 '산'것이냐라고 물으시겠지만 만두는 '인육만두'로 꽤 유명한 느낌이 있죠. 물론 이것만으로는 조금 모자라겠지만 그 이후에 '산낙지'가 등장하면서 역시 '생'을 먹는다는 느낌은 지속됩니다.



문제는 친절한 금자씨 인데요. 이 작품에서는 딱히 기억에 남는 먹을거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하나 떠오르는 장면이 있죠. 바로 최민식이 식사를 하다가 자기 와이프를 갑자기 신탁에 엎드리게 해서 섹스를 하는 장면입니다. 일방적인 섹스가 끝난 후에 그는 바로 다시 앉아서 먹던 식사를 계속합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최민식이 와이프를 '먹는다'고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박쥐에서는 '피'를 먹습니다. 흡혈귀니까 당연하지요. 하지만 피가 생명의 원천이라고 보면 '살아있는 것'이 '살아있는 것'을 먹는다는 은유는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2. 물

물에 대한 이야기는 아마 복수는 나의 것에서 바로 박쥐로 뛰어 넘어가야 할 것같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죽은 딸이 송강호에게 안기는 씬이 있습니다. 그 장면에서 송강호의 딸은 물에 젖은 상태로 있죠. 이건 당연한 것입니다. 물에 빠져 죽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박쥐를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신하균 역시 송강호에 의해 수장되고 나중에 물에 젖은 체 환상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물이 가진 그 질척거림 음산함 불안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더 재밌는 것도 있죠. '복수는 나의 것'에서 송강호의 아이를 납치한 것은 '신하균'입니다. 물론 사고로 인해 아이가 물에 빠져 죽는 것이지만 어쨌든 신하균이 납치 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죠. 박쥐에서는 송강호가 '신하균'을 물에 빠뜨려서 죽입니다. 참~~ 신기하죠?





3. 다리로 허리를 감싸고 안는 여자

복수는 나의 것에서 환상으로 등장한 송강호의 딸은 송강호의 허리를 두발로 포개고 송강호를 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장면은 상당히 '성'적인 느낌이 나는 장면입니다. 예전에 '스카이 슬라이드'가 이런 광고로 대박을 쳤었죠. 복수는 나의 것 개봉당시에도 이 장면 때문에 아버지와 딸 사이의 성적인 암시가 있는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딸 사이의 성은 올드보이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또한 연관성이 있죠. 어쨌든 박쥐를 보시다 보면 작품이 뒤쪽에서 송강호가 한손으로 김옥빈의 목을 죄는 장면이 기억나실 겁니다. 공중에 떠 있던 김옥빈은 송강호를 양발로 감싸서 앉죠. 이 장면이 연결됩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김옥빈은 신하균과 부부였다는 사실. 그리고 김옥빈이 신하균을 죽이도록 사주 했다는 것이죠. '복수는 나의 것'에 등장하는 아이의 복수일까요?

물론 그런건 아닐 겁니다.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느낌, 이미지가 워낙 뚜렷하다 보니 이렇게 연결된 것이라고 보는게 마지 않을까 싶네요.



4. 인대끊기

송강호가 나와서 그런지 박쥐는 복수는 나의 것과 가장 많이 비슷한것 같네요. 송강호가 신하균을 죽일때 송강호는 신하균의 인대를 끊습니다. 물속에서 말이죠. 그리고 피가 막 물에 퍼지죠.

박쥐에서 송강호는 담담하게 시체에서 피를 다 뽑아내기 위해서 인대를 끊어서 매달아놔야 된다고 말을 합니다. 인대라는 것은 인간이 서있을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면 역시 '인대'에 대한 감독의 집착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5. 영어

영어에 대한 본격적인 사용은 '친절한 금자씨'부터라고 보입니다. 친절한 금자씨 때는 최민수의 직업이 영어강사이기 때문에 영어를 사용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외에도 영어는 작품내내 등장합니다. 박쥐에서도 영어가 시작부분에 등장하게 되는데요. 박찬욱감독님의 영화에서 영어는 우리가 흔히 듣는 미국식 영어가 등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다 독특한 억양을 가지고 있는 영어를 사용합니다.


이게 뭐가 중요하냐 하시겠지만 제가 영어강사인지는 몰라도 박찬욱감독님의 영화에 등장하는 영어는 다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무언가 거북하다고 해야 하나요? 솔직히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겁니다.



6. 가위


가위는 올드보이 때부터 사용된 아이템으로 기억됩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가위가 나왔는지 잘 기억이 안나므로 혹시 나왔다면 용서 부탁드립니다.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은 가위로 자신의 혀를 자르죠.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할머니께서 가위를 목에 박아 최민식을 죽입니다. 마지막으로 박쥐에서 가위는 곳곳에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수단으로 혹은 자신의 분노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우리가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칼이 아닌 가위라는 아이템을 통해서 박찬욱 감독이 우리에게 주고자 했던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인간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 인간을 해하는데 쓰일 수 있다는 이중성에 대한 표현이었을까요? 아니면 식상함을 버리기 위한 단순한 선택이었을까요?

어쩌면 칼보다는 가위가 '단절'이라는 느낌을 더 주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고민해봅니다. 이상하게 가위는 단절되는 느낌이 강하니까 말이죠.




우선은 이정도만 해야 될 것습니다. 영화를 다시한번 쭉 이어본다면 더 많은 것들이 이어지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골치가 아프네요. ^^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박쥐의 2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텐데 워낙 악평이 많아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네요. 물론 영화자체가 대중적이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말이죠.

박찬욱 감독님의 복수 3부작과 박쥐는 지속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는 텍스트가 아니겠느냐?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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